초등 문해력, 진짜 문제는 ‘책을 안 읽는 것’이 아니다

요즘 초등 아이들 이야기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책은 읽는데요, 이해를 못해요.”라는 말이다. 예전에는 책을 많이 읽느냐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읽고도 핵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그래서 초등 문해력 문제를 단순히 ‘독서량 부족’으로만 보는 시선은 점점 현실과 어긋나고 있다.
실제로 아이가 책을 끝까지 읽었는데도 “무슨 이야기였어?”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줄거리를 묻는 질문에는 단편적인 장면만 떠올리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주인공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막힌다. 읽기는 했지만 의미를 엮어내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

초등 문해력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보다 ‘읽은 내용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있다. 글 속 정보를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앞뒤 맥락을 연결하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꺼내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략된 채 “일단 많이 읽어라”라는 방식만 반복되면, 아이는 점점 책을 부담스러운 과제로 느끼게 된다.
수업이나 과제를 지켜보면 이런 특징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고 성급하게 답을 고르거나, 지문에 이미 나와 있는 정보를 놓친 채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잦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는 읽었지만 전체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생기는 오류다. 이때 아이 스스로도 “읽었는데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자주 꺼낸다.

그래서 초등 문해력 접근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생각은 이것이다. 책을 더 읽히는 것보다, 읽는 방식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중간중간 멈춰서 “지금 무슨 이야기야?”, “이 장면에서 중요한 건 뭐야?”처럼 짧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해도 괜찮다. 생각을 말로 꺼내보는 연습 자체가 문해력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도 복잡하지 않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게 하기보다는, 한 단락을 읽은 뒤 아이가 기억나는 문장을 그대로 말해보게 해보자. 틀려도 고치지 말고, 빠진 부분이 있으면 “이건 어디에 나와 있었을까?” 하고 다시 글로 돌아가 보게 하면 된다. 읽기와 이해가 분리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작은 장치다.

초등 문해력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지 않는다. 읽고 넘기는 시간이 쌓이면서, 이해하지 않는 읽기가 습관처럼 굳어질 때 서서히 드러난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부터라도 읽는 과정을 함께 점검해 주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책을 안 읽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다시 살펴볼 시점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